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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Feb 28. 2019

오직 소금만으로...鹽藏

鹽藏(염장)을 지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뜩이나 약이 올라 있는데 더 약을 올리거나 화를 돋운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몸에 상처를 내고 소금을 뿌리는 '고문'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합니다.


鹽藏의 사전적 의미는 소금에 절여 저장하는 것입니다.

농경생활에서 키운 채소와 가축을 오래 보관하고 맛을 내기 위해서 탄생한 기술이 염장이고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식품의 보존방법입니다.

몋가지 염장식품을 얘기해 보려 합니다.

하몬

고기를 염장한 식품은 세계 각국에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스페인의 "하몬"은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스페인의 전통적인 음식입니다.

재료는 소금과 돼지고기뿐이며 숙성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돼지고기를 소금으로 덮어 고기의 구석구석까지 소금이 배어드는데만 10개월이 걸리고 온도와 습도가 적당한 숙성실에서 3년간 숙성을 시키는 것이 하몬의 제조법입니다.

거의 4년이 걸리는 셈이네요.

얇게 저며 놓은 하몬은 짜지만 맛있습니다. 와인의 안주로도 좋고 여러 가지 요리에 응용되기도 합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하몬을 맛볼 수 있습니다.

하몬과 비슷한 식품은 이탈리아의 "프로슈토", 프랑스의 "잠봉"포르투갈의"프레 순 투"등이 있는데 만드는 방식은 비슷하지만 각각의 맛은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다른지는 안 먹어봐서 모르겠습니다.


바칼라

포르투갈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바칼라는 대구를 염장하여 건조한 식품입니다.

대서양이 주산지인 대구는 솜씨 좋은 "간잽이"의 손을 통해 명품 바칼라로 재 탄생합니다.

박찬일 셰프가 묘사한 바칼라를 만드는 장면을 보면

 "대구 간잽이의 손기술은 날래고 아슬아슬하다.

너무 짜게 소금을 매기면 대구의 조직이 쭈글어 들고, 심심하면 오래 보관하지 못하고 맛이 제대로 배지 않는 까닭이다. 내장과 대가리를 떼어내고 손질한 대구를 한 켜로 쌓고 간잽이는 소금을 삽으로 퍼서 끼얹는다. 대구가 한 켜, 한 켜 올라가고 소금이 대구 사이사이로 스며든다.

대구살이 소금을 먹어 수분을 내어 주면서 조금씩 단단해진다. 꾸득꾸득하게 적당한 수분을 남기고 절여지면 포르투갈 사람들이 바칼라라고 부르는 천상의 식품이 완성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절임의 미학이 이루어지는 기나긴 순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쉽게 부스러지는 생 대구살과는 다르게 탄력 있는 조직감이 생긴 바카루는 굽고, 튀기고, 삶고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 먹습니다.

농담 같은 얘기지만 포르투갈 사람들은 1년 내내 다른 방법으로 바칼라를 조리해 먹을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조리법이 다양한 것 같습니다.

옛날 내가 아주 어렸을 때 할아버지 집의 대청마루 처마에는 커다란 말린 대구가 새끼줄에 매달려 있었고 여름에 입맛이 없을 때 대구를 잘게 찢어 고추장에 찍어먹으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대구가 아마도 바칼라와 비슷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반고등어

간잽이 얘기가 나왔으니 우리나라 자반고등어 얘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자반고등어는 간고등어라고도 하고 배에서 잡자마자 선상에서 손질하여 소금을 뿌린 것은 뱃자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안동 자반고등어가 유명한데 바다가 없는 내륙지방인 안동 지역의 특성상 수산물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동해안 지역에서 잡힌 생고등어를 공수하여 안동에서 소금으로 간을 절여서 부패를 막은 것이 계기입니다.

예전에 TV에 자주 나왔던 간잽이 이동삼 씨는 고등어 한 마리에 뿌리는 소금의 양이 그램수까지 정확하여 명인의 칭호를 듣기도 했습니다.

최상의 맛을 내는 정확한 소금의 양을 손의 감각으로 완성한 것이지요.

자반고등어는 일체의 다른 양념이 필요 없습니다. 그저 잘 굽는 기술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제 기름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잘 구워진 자반고등어 구이의 맛은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반고등어 역시 대표적인 염장식품입니다.


소금물에 침지한 청어 "헤링"


예전에 암스테르담 출장길에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려고 햄버거 집을 찾다가 노점에서 파는 헤링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익히지도 않은 청어를 샌드위치처럼 빵 사이에 끼어넣어 먹는데 비릴 것 같은 선입관에 머뭇거리다가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 본다는 마음으로 먹었습니다.

전혀 비리지 않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헤링"은 14세기경 네덜란드의 어부인 "빌럼 베겔스 존"이라는 사람이 청어의 보존기한을 늘리기 위해 신선한 청어를 소금물에 담그는 방식을 고안했는데 이렇게 식품을 소금물에 침지시켜 맛과 보존성을 높이는 방식을 "기빙(gibbing)"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네덜란드의 청어는 유럽 전역에서 최고의 품질과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정어리를 기빙 방식으로 숙성하여 청어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많은 염장식품을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염장은 식품의 부패를 막아주고 풍미를 향상하는 역할을 합니다.

식품은 미생물에 의해 부패하는데 대부분의 미생물은 고염도에서는 살 수가 없습니다.

미생물의 생육 조건인 수분이 소금으로 인한 삼투압 현상으로 밖으로 빠져나가 미생물이 활성화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염장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입니다.


육류는 물론 채소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염장을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음식인 김치와 밑반찬으로 먹는 각종 장아찌도 염장식품이며 일본을 대표하는 염장식품은 "쓰케모노"라 할 수 있습니다.

쓰케모노는 오이, 무, 우엉, 매실 등 각종 채소를 소금을 주로 하여 원료에 따라 쌀겨나 간장, 술지게미 등에 절인 식품입니다.

피클과 비슷합니다.

대표적인 쓰케모노는 단무지이며 회를 먹을 때 곁들이는 락교, 매실 절임인 우메보시, 울외를 재료로 한 나나스케 같은 것들이 모두 쓰케모노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다른 반찬 없이 작은 밥 한 공기에 우메보시나 명란젓 하나로 식사를 하기도 합니다.


소금처럼 귀한 식품은 없습니다.

심장을 염통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장기 중 염도가 가장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심장암에 걸렸다는 얘기는 못 들어 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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