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 김여사 생신
음력 유월십구일
우리 마눌님의 생신이다.
연초부터 치아를 치료하기 시작하셨는데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공사가 엄청 커져버렸다.
앞이빨 브릿지 6개, 임플란트 4개 그리고 생명이 위태로운 서너 개 이빨님들을 살리기 위한 신경치료... 허허.. 돈도 돈이지만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이빨을 치료하다 보니 통 잡수시질 못해서 몸이 엄청 야위셨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날씬해지고 자동적으로 다이어트가 되어서 30몇 년 전 아가씨 때 몸매로 거듭나셨다.
그건 그렇고
통 씹질 못하고 음식을 제대로 못 먹는 와중인데 생신을 맞으셨고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음식은 제대로 못 먹어도 분위기라도 드시게 해야겠다 생각하여 찾은 곳이 올봄에 "킬미 힐미"라는 드라마를 통해 분위기 좋은 식당으로 꼽힌 "시크릿 가든"으로 온 가족이 총 출동을 하게 되었다. 정원과 멀리 보이는 한강의 경치가 아주 멋진 식당이다.
마누라에게는 비교적 씹기 쉬운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시켜주고 딸과 사위 그리고 아들 녀석은 안심 스테이크와 수제 맥주 그리고 바비큐와 소시지구이로 핑계김에 잘 먹었다.
식사를 하는 도중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무지하게 더운 날씨에 비가 내리니 뿌연 안개가 끼기 시작했고 발코니에 나가 정원과 한강을 바라보니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마요 가버린 날들이지만 잊히진 않을 거예요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산울림의 노래 가사다. 그리고 지금 그 노랫말이 내 맘에 와 닿는다.
다행이다.
이유야 어쨋든 아주 옛날 마누라와 연애하던 시절이 생각났고 비록 지금 이 시간 손주 녀석의 재롱을 보며 흐뭇해하는 그런 세월이 되었지만 여전히 마누라를 사랑하고 있음이, 그리고 지난 세월들을 감사하고 있음이 정말 고마운 마음으로 내게 다가온다.
임자.. 생일 축하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