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당구장에서 보자" 다시 큐대 잡은 5060
얼마 전 중앙일간지에 실린 기사의 제목입니다.
20년 넘게 안쳤던 당구를 요즘 자주 치고 있습니다. 아예 당구장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서너 시간 당구를 치다가 소주 한잔 하고 헤어지는 게 코스입니다.
당구를 치다 보면 옆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내 나이 또래의 영감탱이들입니다.
용돈이 넉넉지 않고, 집에 있자니 지루하고 마누라 눈치 보이니 삼삼오오 모여서 시간을 보냅니다.
어떻게 보면 당구장으로 내 몰린 세대입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서너 명이 오래 놀 수 있는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게임이어서 5060 세대의 당구 열풍이 부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학 다닐 때 참 당구를 많이 쳤습니다.
담배를 꼬나물고 내기 당구를 쳤습니다. 당구장에서 배달시켜 먹는 짜장면의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친구가 게임을 하는 사이에 내 차례가 오기 전에 급하게 먹는데도 어찌나 맛이 있던지요...
생각해 보니 내가 당구를 처음 친 것은 1977년 재수할 때였습니다.
대학에 떨어지고 종합반 재수학원인 종로학원, 정일학원 같은 곳은 시험을 보아서 합격을 해야 다닐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대학에 합격한 친구들은 미팅하고, MT 가고 축제하던 그해 봄에 고등학교 3년 내내 했던 똑같은 지겨운 공부를 다시 하려니 울화통이 터지고 암울했습니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게 단 하나도 없는 것 같은 재수 시절에 당구를 시작했고 빠져들었습니다.
당구공은 내가 시네루를 주는 대로 원하는 방향으로 가주고 잘 맞았을 때의 성취감이 컸습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천정이 당구대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재수를 하는데 당구 실력은 늘어가고 모의고사 성적은 고3 때 보다도 안 나왔습니다.
살아가면서
에휴.. 그때 당구를 안쳤더라면 좀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 인생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훌쩍 지나 다시 큐대를 잡았습니다.
예전엔 알다마라고 하는 4구를 쳤는데 요즘은 3 구로 게임을 하는 쓰리쿠션이 대세입니다.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당구공은 여전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 의도대로 잘 가줍니다.
오늘도 당구 삼매경에 빠져있습니다.
게임에 져서 당구비는 면제받았고 삼겹살에 소주를 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