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과로

by 이종덕

퇴직을 하고 3개월이 지나니 새로운 일상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지난 40년간 어떻게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근하고 늦게까지 일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알이 토끼눈처럼 새 빨개져서 안과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의사가 이리저리 눈을 살펴보더니 혈압이 높으냐고, 당뇨가 있냐고 아스피린을 복용하느냐고 묻습니다.

모두 다 해당사항이 없다고 하니 혈압과 안압을 재보고 눈을 이리저리 살펴보더군요.

과로로 인해 몸이 피곤하여 실핏줄이 터진 거라며 안약한 병 처방해 줬습니다.


생각해 보니 지난 3월 한 달 한풀이하듯 시간을 쪼개가며 놀았습니다.


연어가 강으로 되돌아오듯이 사회생활이라는 망망대해의 항해를 마치니, 시간이 여유로워지니 친구들을 찾게 됩니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편안하고 즐겁습니다.
소주 마시고, 당구치고 그리고 라운딩을 하며 여러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얼굴에 주름이 파였어도 만나면 늘 고교시절의 그 마음 그대로입니다.

시간을 쪼개가며 일을 했는데 이제 가장 많은 것이 '시간'이 되었습니다.

당구에 열중을 하고 평일에 한가롭게 골프를 치기도 합니다. 술도 아무 때나 마셔도 됩니다.

누구 눈치 보고 다음날 숙취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과음을 하기도 합니다.

집에 있는 시간에도 밤늦도록 Netflix 영화를 봅니다.

이따금씩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주 골프장에서 마지막 홀에서의 낙조를 바라보며 잠시 상념에 젖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 볼 생각입니다.

나 자신에 대한 보상심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피로가 몰려오는 주말입니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책도 읽고 마누라 집안일도 도와주며 쉬엄쉬엄 놀아야겠습니다.

아무리 노는게 즐거워도 눈알이 터지도록 놀아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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