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정리

by 이종덕

요즘 외출을 하면 사람들의 옷차림새가 천태만상입니다.

패딩을 입은 사람부터 반팔을 입은 사람들까지..

하긴 지난주까지만 해도 일교차가 커서 옷 입기가 애매하긴 했습니다.


옷 입는 게 무뎌지기 시작했습니다.

퇴직을 하고 처음 맞이하는 봄인데 회사를 다닐 때처럼 차려입고 신경을 쓸 일도 없는 데다가 바깥 기온이 어떤지도 잘 모르니 밖에 나갈 때면 눈에 띄는 대로 대충 걸쳐 입고 나가게 됩니다.

어제 옷장 정리를 했습니다.

겨울옷은 집어넣고 버릴 것은 좀 버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을 한 것이지요.

옷장에 옷이 가득합니다.

양복도 셔츠도 넥타이도 빽빽합니다.

오랜 직장생활의 추억과 애환이 옷이라는 것으로 보관되어 있습니다.

정장은 계절별로 한벌씩만 남기고 몇 년 동안 한 번도 안 입은 셔츠는 다 내다 버릴 생각이었습니다.


어렵습니다.

옷마다 사연이 있어 선뜻 비닐 봉다리에 넣기가 망설여집니다.

이사로 승진했다고 아내가 기뻐하며 사준 정장과 넥타이, 생일선물로 받은 티셔츠, 딸이 처음으로 돈을 벌었다고 사준 골프웨어..

저마다 사연이 있습니다.


커다란 비닐봉지를 두 개 준비하고 시작했는데 결국은 반도 못 채웠습니다.


빈방을 차지하고 있던 손주의 장난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일곱살이 되어서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을 내다 버려야 하는데 생일과 어린이 날 그리고 크리스마스 때마다 사주었던 덩치 큰 장난감들을 버릴 수가 없는 겁니다.

함께 살다가 분가할 때 할아버지 집에 오면 가지고 놀 거라며 놓고 간 물건들인데 함부로 버리기가 이 또한 어려운 일이지요.


물건도 버리기가 이렇게 힘든데 마음을 내려놓기는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말이 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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