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 후 기적처럼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아버지께서 얼마 전부터 피난 내려와 살다 정든 곳, 제2에 고향 강화도를 가고 싶어 하셨다.
아직은 좀 무리가 아닐까 싶어서 망설이다가 마침 창립기념 휴일이고 해서 어머니와 고모를 함께 모시고 강화도로 가을 나들이 길을 나섰다.
세분은 60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신냥 옛날 얘기를 끊임없이 하신다. 75세의 고모가 86세의 오빠에게 오빠 여기 기억나? 오빠 여기가 떡집이 모여있던 골목 맞지? 오빠 오빠를 연발하신다.
나 어렸을 때의 기억도 워낙 예쁘고 고우셨던 고모는 연세를 드셨어도 여전히 곱고 소녀 같으시다.
황금들녘과 파란 하늘... 노인 세분을 모시고 나선길이 너무 마음이 따뜻해지고 오히려 내가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형이 취미 삼아 일궈놓은 밭에서 고구마도 조금 캐고 이제는 정말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몇 분 안남은 아버지 친구분의 텃밭에서 강화의 특산물인 순무도 몇 개 얻고 알밤도 까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요즘 한참 제철인 꽃게와 대하로 점심식사를 드시게 했다.
너무 잘 드시고 온 종일 즐거워하셔서 진작 그럴걸 하는 죄송한 마음이 가슴 한편에 남았다.
손에 잡힐 듯 바다 건너 보이는 북녘땅을 물끄러미 처다 보시며 옛 추억을 더듬는 세분의 눈에 맺힌 눈물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모두 건강하셔서 자주 이런 기회가 허락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