雅號가 생겼습니다.

by 이종덕


얼마 전 집안 어른들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그날 저는 堂叔으로부터 “愚芝(우지)”라는 雅號를 받았습니다.

내가 雅號를 가질 만큼 사회적 지위나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愚芝의 愚는 어리석을 愚자로 자신을 낮추어 말함을 뜻하고, 芝는 芝草 芝자로 향기로운 식물의 뜻입니다.

芝草와 蘭草의 높고 맑은 사귐을 뜻하는 芝蘭之交(지란지교)의 芝 자입니다.

겸허하고 낮은 마음으로 주위의 사람들과 잘 지내라는 뜻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愚芝가 졸지에 號가 되기는 했지만 우지는 제가 어릴 때 숙부님들이 지어주신 오래된 별명이었습니다.

숙부님들은 내가 대여섯 살 때 장난 삼아 나를 약을 올리고 살짝살짝 때리시며 내가 우는 모습을 재미있어하셨으며 징징거리며 우는 내 모습을 웃지의 반대 의미인 우지라고 부르셨습니다.

우지라는 별명은 친척들 간에는 내가 환갑이 넘도록 불리는 친근한 말입니다.


그날 점심식사를 하다가 당숙께서 손주도 보고 환갑을 넘긴 조카를 우지라고 부르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며 내 별명에 고심을 하며 좋은 뜻을 입혀주신 것입니다.

나는 별명이든 號든 간에 우지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우지는 내 유년시절의 소중한 추억이며 愚芝는 내 앞으로의 삶의 지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愚芝 李鍾悳


왠지 폼이 납니다.

이제 남은 내 인생의 후반전은 愚芝로 살아갈 것입니다.

좋은 사람들과의 芝蘭之交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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