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두 가지 종류의 자유가 있습니다.
뭐든지 마음대로 해도 되는 자유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회사를 그만두고 한 동안은 후자의 자유를 만끽할 작정이었습니다.
평생을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해야 하는 일 속에 살았으니까요....
실제로 지난 여섯 달 동안 마음 내키지 않는 일은 안 하고 살았습니다.
이제 백수생활이 몸과 마음에 익숙해졌습니다.
특별히 외출이나 약속이 없는 날의 백수의 일과를 소개하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강아지들과 함께 조깅을 합니다.
아침에 개 똥 뉘러 나온 영감 티 날까 봐 운동모자도 쓰고 선글라스도 낍니다.
이 녀석들 꼭 운동을 하다가 응가를 해서 그걸 치우느라 좀 고약하긴 합니다.
아침식사는 가급적이면 아점으로 늦게 먹습니다.
삼식이가 되지 않기 위함입니다.
사람들이 충고해준 것처럼 세끼를 다 먹으려 들면 보통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닙니다.
밥 먹고 나면 아파트 단지 뒷산에 있는 인도어에 가서 공을 후려 때리기 시작합니다.
폼도 필요 없고 몇 개를 친다고 정해 놓지도 않습니다.
실력을 향상하는 연습의 개념이 아닙니다.
그냥 속옷까지 흠뻑 젖고 기운이 다 빠질 때까지 치고 또 칩니다.
마음속에 미움이 남아있는 사람들의 뒤통수라고 생각하며 후려칩니다.
저 은근히 뒤끝 있는 사람입니다. ㅎㅎ
샤워는 인도어에 함께 있는 스포츠센터에서 대충 합니다.
수염은 너무 자라서 근질근질하면 그제야 면도를 합니다.
집에 돌아오면 커피 내려 마시고 두 시간쯤 아주 달콤한 낮잠을 잡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폐인모드로 들어갑니다.
야구중계가 시작되는 6시 30분까지 책을 읽거나 넷프릭스 영화를 봅니다.
이른 저녁을 얻어먹고 프로야구 중계를 봅니다.
집에서 노니까 1회 초부터 볼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매일 스트레스받아가며, 아이고 저 바보 같은 XX 욕을 해대며, 리모콘 내동댕이 치며 야구를 봅니다.
엘쥐가 이긴 날은 하이라이트까지 챙겨 봅니다.
그리고 잠들 때까지 또 넷프릭스 영화를 또 봅니다.
이제 마블 시리즈물이나 웬만한 미드, 영드는 거의 다 섭렵을 했습니다.
이만하면 나름 행복한 백수 아닌가요?
그래도 이제 슬슬 일거리를 찾아봐야지요. 아직 앞날이 창창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