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정쩡하다

by 이종덕

이른 아침

운동모자를 쓰면 강아지들이 먼저 알고 현관 앞에 가있습니다.

다른 시간에는 내가 나가거나 말거나 관심도 없습니다.

눈치가 뻔합니다.

이건 영리한 것과는 완전히 별개입니다.


아침 산책길에 이 녀석들을 데리고 나가려면 보통 성가신 게 아닙니다.

휴지와 비닐봉지 챙겨야 하고 목줄도 매야합니다.

산책을 나가면 밤새 참았는지 두 마리가 모두 응가를 합니다. 이걸 치우는 일은 아침부터 참 고약한 일입니다.

나는 산책을 마치고 집에 올 때까지 이놈에 응가가 들어 있는 비닐 봉다리를 들고 다녀야 합니다.

어느 결엔가 아침산책이 나를 강아지 똥 뉘러 나온 영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산책길도 강아지 위주로 정해졌습니다.

매일 다니던 길을 벗어나면 이 녀석들이 버팅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금 다른 코스로 가보려 해도 그걸 못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초여름 아침 바람이 유난히 시원하고 숲의 냄새가 짙었습니다.

잠시 벤치에서 숨을 고르면서 발 밑에 함께 앉아있는 강아지들을 보며 어처구니없게도 길었던 직장생활 속에 내가 저놈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 말로 통밥 재고, 눈치 보며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직도 털어내지 못했습니다.


지금 오전 9시..

아주 편안하고 여유로운데 이 시간에 내가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약간의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납니다.

행복한 연습

즐기는 연습

편안해도 되는 연습...

이런 연습들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밖에 나가면 아직도 속된 말로 가오를 잡으려 하고 모양 빠지는 짓을 하지 않으려 똥폼을 잡는 내 모습이 남아있는 것을 느낍니다.


나는 지금 아주 어중간한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폭삭 늙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팔팔하지도 않은...

그리고 아직은 집돌이로서 적응을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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