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추석 연휴에 집에서 복닥거리지 말고 한적한 곳에 가서 바베큐도 해 먹고 편안하게 놀다 오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자기가 다 준비를 할 테니 몸만 오면 된다고 했습니다.
내심 답답했던 터라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그러자고 했습니다.
집에서 한 시간 남짓한 가평에 강아지를 동반할 수 있는 풀빌라 펜션을 예약해 놓았더군요.
조금 벗어났는데 이곳은 이미 가을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하늘이 높고, 푸르고 바람도 햇살도 가을임을 맘껏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넓은 잔디밭에서 강아지들과 손주가 뒤엉켜 노는 모습은 바라만 봐도 행복했습니다.
하늘
가을 하늘은 청명합니다.
시시때때로 다른 모습으로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이 내게로 오는 것 같았습니다.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멀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론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박두진/하늘)
그렇습니다.
시인은 하늘을 보며 노래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한낯의 하늘과 이른 아침의 하늘입니다.
저녁 바람이 서늘합니다.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이제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십니다. 소주가 몸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파김치, 갓김치, 오이소박이, 배추김치...
아내가 김치를 종합세트처럼 많이 가져왔습니다.
무엇이든 다 맛있습니다.
서두를 일 하나 없습니다.
아이들과 사는 얘기하며 천천히 고기 굽고 술 마시며 가을밤이 깊어 갑니다.
춥습니다.
카디건을 가져오길 잘했습니다.
가을 아침
한 번도 안 깨고 잘 잤습니다.
식구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이른 아침입니다.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랫소리 들려오면
언제나 그랬듯 아쉽게 잠을 깬다
창문 하나 햇살 가득 눈부시게 비쳐오고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할까 말까”
양희은에 “가을 아침” 첫 소절입니다.
노래처럼 가을 아침을 만났습니다.
펜션 뒷산의 오솔길을 걸어봅니다.
좁다란길에서 만난 구름과 산과 운무 그리고 아침이슬이 마음을 상쾌하게 씻어줍니다.
오솔길......
참 예쁜 이름입니다.
오솔길은 오소리가 다니는 길이라는 뜻이랍니다.
오소리는 다리가 짧아서 뛰어갈 때 배가 땅을 스치기 때문에 길이 생기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좁은 길이 오솔길이라는 것이지요.
길가에 백일홍이 활짝 피었습니다.
짧은 나들이지만 가을의 분위기에 한껏 빠져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