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이 비가 내리는 12월 첫날입니다.
아침에 잠이 깨어 거실에 나오니 온 집안에 꽃향기가 가득합니다.
지난 주말 퇴임식날 후배들이 준 꽃다발들로 집안이 화원 같습니다.
연말 시상식에 연예인처럼 두 팔로 안을 수 없을 만큼 꽃다발을 받았습니다.
분에 넘치는 축하를 받아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입니다.
길고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잠을 푹 자고 일어난 느낌입니다.
문득,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한 소절이 생각납니다.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그렇군요...
거울을 보니 젊음의 뒤안길에 들어선 초췌한 모습의 내가 있군요.
길었던 직장생활 동안 잘 나갈 때도 있었고 어려울 때도 있었습니다.
청춘을 쏟아부었고 보람을 얻었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얻었고 증오했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다 내려놓고 다 용서하렵니다.
회사 현관을 나오는 순간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링컨은 대통령 선거에 낙선하던 날 곧바로 이발을 하고 수염을 깎았다고 합니다.
말끔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거리를 나섰답니다.
이제
내 앞에 펼쳐질 인생 2막을 향하여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