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본 길

by 이종덕

오늘 아침에는 늘 다니던 등산로를 조금 벗어나 보았습니다.
처음 가보는 길, 사람들의 흔적이 없는 길입니다.
낙엽이 발목까지 차고 마른 나뭇가지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았습니다.

어느새 올 한 해도 저물어 갑니다.
회사가 아닌 집에서 보낸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지난 1년이었습니다.
푹 쉬어보자, 한풀이하듯 실컷 놀아보자.. 이렇게 시작한 2019년이었습니다.


그렇게 했습니다.


놀면서도 다사다난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아내의 교통사고도 있었습니다.
힘들기도 했고, 이따금씩 답답하기도 했지만 사람을 많이 만났고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오늘 아침 처음 가본 등산길처럼 경험 못해봤던 1년을 보냈습니다.

길을 잃을까 두렵기도 했고 새로운 환경에 서툴렀습니다.

하지만 잘 적응했고 새로운 길을 잘 찾아가고 있습니다.


박웅현 작가는 그의 책 “여덟 단어”에서 “인생은 책이 아니다. 내가 채워나가야 할 공책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인생은 이미 완성된 책이 아니고 나의 이야기를 계속 채워가야 할 공책이며 나의 공책은 아직도 뒷부분이 여백으로 많이 남아 있습니다.


나는 여전히 뒷산을 가뿐하게 오를 수 있고, 밤늦도록 술을 마셔도 다음날 아침 거뜬히 일어나 밥 한 그릇 뚝딱 먹어치울 수 있는 건강함이 있고 내 인생을 함께 채워갈 소중한 가족들이 있습니다.


처음 가야 할 2020년이 코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행복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질 빈 공책이길 바라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뜻깊은 송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