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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Apr 14. 2020

삼계탕과 인삼주 그리고 爐邊情談

외출을 했습니다.

오랜만의 외출입니다. 봄이 되어 있었군요 옷을 잘못 입고 나왔습니다.

거리의 분위기가 어색할 정도로 딴판입니다. 버스에도 지하철에도 사람이 별로 없고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있고 있습니다.


친구를 만났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올 시간인데도 한적 합니다.

친구와 삼계탕을 먹었습니다.

백병원 근처의 삼계탕 집인데 제가 30대 초반부터 다니던 오래된 단골집입니다.

평소에는 대기를 해야 하는 식당인데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삼계탕을 주문하면 의례히 인삼주를 한잔 주는데 주인장이 얼굴을 알아보고 인삼주 한 병을 서비스로 내어 주었습니다.


삼계탕이 변함없이 맛있습니다.

고기가 촉촉하면서도 쫄깃쫄깃합니다. 삼계탕의 조리방법은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어떤 닭을 쓰느냐가 맛을 좌우합니다.

이 집은 옛날부터 숫병아리인 雄雛(웅추) 닭을 씁니다.

적당한 크기의 雄雛 조직감이 좋습니다.

손님이 많지 않아 느긋하게 얘기를 하며 천천히 먹었습니다. 

오랜 친구와의 편안한 대화가 길게 길게 이어졌습니다.

닭똥집 구이를 추가로 시켜 인삼주를 두세 병  마셨습니다.

오랜만의 낮술에 알딸딸 해짐을 느꼈습니다.

친구와의 그냥 사는 얘기가 정겹기만 합니다. 50년 지기 친구의 얼굴이 새삼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친구의 눈에는 나도 그렇게 보일 테지요.


5월이 되면 어디 좋은 곳에 가서 라운딩 하기로 약속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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