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덕 May 01. 2020

개운한 맛, 바지락 칼국수

아주 오래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바지락은 개나리가 필 때부터 철쭉이 질 때까지가 가장 맛이 있을 때라고 하셨습니다.

3,4월이 제철이란 말씀이지요.


요즘은 제철과일, 제철음식이라는 개념이 무색해지긴 했습니다.

딸기가 참 맛이 있던데 어릴 때는 초여름이나 돼야 딸기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고 직장생활을 멈추니 나도 모르게 식성이 변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무거운 음식보다는 가볍고 간단한 음식을 찾게 됩니다.

어제 모처럼 밖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습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바지락이 쫄깃하고 감칠맛이 최고 내요.

국물은 개운하고 시원합니다.

곁들이로 나온 꽁보리 열무 비빔밥도 입맛을 돋웁니다.

꽤 많은 양을 먹었는데도 오후 내내 속이 편안합니다.

수북하게 쌓인 내가 까먹은 조개껍질을 보며 대학 때 MT 갔던 생각이 났습니다.


조개껍질 묶어 

그녀에 목에 걸고

물가에 마주 앉아

  속삭이네


통기타를 치며 놀던  해변가 친구들 중에 지금의  아내도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식성도 변해가고 마음이 편편해지는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 보다도 마주치는 사소한 것들과 연관되어 자꾸만 옛날 일들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딸네 집 냉장고 털어먹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