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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May 02. 2020

양재기에 와인을 따라 마시다

2 3녀의 막내딸

올여름이면 환갑을 맞이하는 아내가 아침부터 엄마 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칭얼거립니다.

돌아가신 지 10년째인데 매일매일 그립다고 합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장인, 장모님의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유난히도 연초록이 곱고 바람이 싱그러운 곳입니다.


카네이션 몇 송이를 정성스레 화병에 꼽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도 옛 생각에 잠겨봅니다.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의 외출에 고단한지 아내가 곤히 잠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느끼한 음식이 먹고 싶어 졌습니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언젠가 코스트코에서 사다 놓은 새우 펜네 파스타가 있습니다.

올리브 오일을 조금 뿌려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구운 치즈까지 곁들여 이른 저녁을 먹었습니다.

먹다 남은 싸구려 와인이 있어서 함께 먹었습니다.

싱크대 선반에 제가 막걸리 마실 때 쓰는 양재기가  놓여있는데 거기에다 와인을 부어 마셨습니다.

아! 편하다. 마음껏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퇴를   1 남짓한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라면도  끓였었는데 지금은 주방에 뭐가 어디 있는지 훤하게 알고 있습니다.

귀찮으면 굶고 먹고 싶으면 대충  먹으면 됩니다.

잠자는 아내를 깨워 밥 달라고 하는 무모한 짓은 안 합니다.


양재기에 와인을 마셔도, 라면을 먹을 때 김치를 플라스틱 통째로 꺼내놓고 먹어도 내가 편하면 그만입니다.

환경이 바뀌면, 여건이 달라지면 재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슬기로운 백수생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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