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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Jun 07. 2020

생선구이는 진리입니다.


이따금씩 생선구이를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점심때 사 먹으면 되었지만 집에 있으니 생선구이 먹기가 어렵습니다.
집안에서 생선을 구우면 냄새가 오래가서 잘 안 해 먹게 되지요.

생선구이는 재료가 좋고 잘 굽기만 하면 되는 비교적 조리법이 간단하지만 참 맛있는 음식입니다.

동네에 생선구이 전문점이 생겨서 식구들이랑 함께 가 보았습니다.

여러 가지 생선을 골고루 먹기 위해 식구수대로 서로 다른 생선구이를 주문했습니다.

고등어구이는 무조건 1순위입니다.

소금에 절인 자반고등어는 간고등어라고도 하고 배에서 잡자마자 선상에서 손질하여 소금을 뿌린 것은 뱃자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안동 자반고등어가 유명한데 바다가 없는 내륙지방인 안동 지역의 특성상 수산물을 부패하지 않게 잘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동해안 지역에서 잡힌 생고등어를 공수하여 안동에서 소금으로 절여서 부패를 막은 것이 계기입니다.

예전에 TV에 자주 나왔던 간잽이 이동삼 씨는 고등어 한 마리에 뿌리는 소금의 양이 그램수까지 정확하여 명인의 칭호를 듣기도 했습니다.

최상의 맛을 내는 정확한 소금의 양을 손의 감각으로 완성한 것이지요.

자반고등어는 일체의 다른 양념이 필요 없습니다. 그저 잘 굽는 기술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제 기름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잘 구워진 자반고등어 구이의 맛은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레몬즙도 와사비간장도 필요 없습니다.


능성어 구이는 담백하고 비린맛이 전혀 없습니다. 살도 제법 많고 특히나 대가리 구석구석 숨어있는 살들이 맛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선구이로 가장 많이 먹는 어종은 고등어와 갈치입니다.

갈치는 살이 부드럽고 얕은 맛이 일품입니다.

살이 잘 부스러지기 때문에 갈치는 프라이팬에 구워내는 것이 좋습니다.

갈치는 너무 크면 살이 퍽퍽하고 맛이 떨어집니다. 적당한 크기의 갈치가 좋습니다.

갈치는 비늘이 없고 표피를 은분이 감싸고 있는데 반짝반짝한 은분은 구아닌(guanine)이라는 유기염 성분입니다.

제주 은갈치는 갈치를 낚시로 잡아 은분이 벗겨지지 않아 은빛으로 반짝입니다.

구아닌은 인조 진주의 광택 재료로도 쓰입니다.

목포나 통영 쪽에서 그물로 잡은 갈치는 은분이 벗겨져 먹갈치라고 하는데 사실 맛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보리굴비는 염장과 건조 그리고 통 보리알 속에서 숙성의 과정을 거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색감이 짙어지고 고유의 풍미가 생성되는 귀한 생선입니다.

요즘은 보리굴비 공장이 많이 생겨서 예전보다는 비교적 싼 가격에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집은 보리굴비를 스팀으로 쪄서 내는데 살이 쫀득쫀득해서 식감이 좋습니다.


오랜만에 푸짐하게 여러 종류의 생선구이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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