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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Jun 09. 2020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가라

어제는 초여름 더위가 복중 날씨보다도 더웠습니다.


정년 후의 생활이 답답하고 무료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19 때문에 외출하는 일도 뜸해지니 하루를 보내는 게 힘이 듭니다.

기분이 다운되고 공연히 몸도 여기저기 아픈 것 같네요.

나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이럴게 아니라 당장 만나서 낮술을 마시자고 의기가 투합되었습니다.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가라”


언젠가 본 식당 벽에 쓰여있던 고깃집 주인장의 명언입니다.

한 낮 기온이 30도가 훌쩍 넘었는데 친구와 수육 한 접시를 시켜놓고 소맥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고기도 맛있고 친구와의 신세타령도 맛있습니다.

소맥을 말아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배도 불러오고 소맥 만들기가 귀찮아져 소주로 바꿔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의 낮술에 얼굴이 불콰해지고 취기도 빨리 도는 것 같습니다.

둘 다 자리를 털고 일어날 생각이 없습니다.

술자리가 길어지고 대화는 엉망진창입니다. 정말 혀가 꼬일 때까지 마신 것 같습니다.


식당 문을 나오니 헉하고 숨이 막힙니다.

여전히 대낮이고 기온은 더 올라갔는데 술까지 많이 마셔 놓았으니 더울 수밖에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씩 먹고 당구 한판 치고 헤어졌습니다.


기분이 고기압으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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