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안다고 목표까지 잘 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by 이종덕

한 달에 한 번씩 동기들과 당구 모임을 합니다.

당구장을 전세 내어 매달 30여 명의 친구들이 모여 하루 종일 놉니다.

모임의 이름도 재미있습니다.

“서당패”(서라벌 당구 패거리)입니다.

당구대 하나에는 신문지를 깔고 머리 고기, 홍어무침, 김밥 등 먹을거리와 소주, 맥주, 막걸리를 차려 놓아 당구를 치다가 수시로 술을 마시며 환담을 나누기도 합니다.


이제는 60대 중반을 바라보는 초로의 나이지만 이곳에만 가면 모두들 물 만난 고기처럼 활기차고 즐겁습니다.

머리가 백발이 된 친구, 대머리가 되어버린 친구, 배가 남산처럼 나온 친구, 어떤 친구는 40대 후반처럼 몸매와 젊음을 잘 유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밖에서 서로 반말을 하면 젊은 놈이 노인에게 반말을 하고 버르장머리 없다고 욕을 먹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 대부분의 친구들은 모진 사회생활을 마치고 백수가 되어 있습니다.

고교시절 이후 40여 년 동안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며 때론 좌절하고 힘에 겨웠으며 때로는 크고 작은 성공으로 잘 나갈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월을 끌어안고 여기까지 왔을 것입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개점휴업 상태여서 많이 아쉽습니다.

작년 여름에 쓰리쿠션 대회가 열렸습니다.

나는 2승 2패로 본선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쓰리쿠션을 치기 위한 웬만한 길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론적인 방법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길을 안다고 해서 점수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네루와 두께 조절 그리고 힘 조절이 잘 되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세게 친다고 잘 맞는 게 아닌데 욕심 때문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두 게임을 망쳤습니다.


영화배우 하정우는 웬만하면 걷는 사람입니다.

그의 책 “걷는 사람”에서 그는 걸을 때 자신만의 호흡과 보폭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자신의 숨에 맞춰 걷는 것..

오래, 잘 걸을 수 있는 비결이며 그것은 묘하게도 인생길과 닮아있다고 했습니다.


내 젊은 날들은 오버페이스 투성이었으며 조절을 못하고 냅다 달리기만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은 예전처럼 따라주질 못하는데 마음은 그대로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힘이 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제 모두 내 보폭과 호흡을 인정하고 걸어야 할 때입니다.

당구장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하루 종일 시시덕거리며 놀다 보면 나를 찾아가는 느낌입니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서당패는 물론 산악회, 서우회 등 우리들의 오랜 우정을 맘껏 나눌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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