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by 이종덕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어머니는 소파에 누어 유튜브 보십니다.


고추 먹고 맴맴....


포스트잇에 적어 주신대로 꼼꼼히 잘 사 와야 합니다.

지난번에 두부를 너무 큰 포장으로 사 와서 핀잔 먹었습니다.

은퇴하고 집으로 돌아온 지 벌써 일 년 반

180도로 바뀐 일상에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을 한 것 같습니다.

처음 일 년간은 아내와 자주 다투었습니다.

원인은 피차간의 “잔소리”였던 것 같습니다. 나는 나대로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지적했으며 아내는 아내대로 집이라는 공간에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살림에 대해서 맹탕인 내가 못마땅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자주 언쟁을 하게 되고 정말 이렇게는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청소와 설거지 그리고 때로는 장을 봐주며 귀찮은 마음이 들었고 나름대로 잘했는데 아내는 성에 차지 않아했습니다.

아내는 40년 동안 살림을 했는데 그까짓 걸 힘들어하느냐고 질타를 했고, 나는 그럼 나는 40년 동안 놀고먹었느냐고 반박을 했지요.


이제는 눈에 띄는 대로 내가 알아서 합니다.

싱크대에 설거지거리가 있으면 설거지하고, 청소도 그때그때 알아서 합니다.

물어보지 않고 그냥 하니까 잔소리가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내 살림 실력도 일취월장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두 번의 외출이 참 귀합니다.

어쩌다 만난 친구와의 낮술도 맛이 있고요.


또 한 번의 고개를 이렇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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