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습니다

by 이종덕

장마철이라 덥고 습합니다.
볼일이 있어 외출을 했는데 시간이 어정쩡하게 남습니다.
에어컨 바람도 쐬고 냉커피라도 얻어먹을 요량으로 수입 자동차 매장에 들어갔습니다.

회사 다닐 때 돌아다니다가 커피 먹고 싶으면 스타벅스 안 가고 많이 했던 짓입니다.

직원들이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별로 관심을 안보입니다.


꼬질꼬질한 영감탱이로 보였나 봅니다.
없어 보이나 봅니다.
제대로 보긴 했는데 기분이 좀 거시기합니다.


홧김에 로또 샀습니다.
오늘 산 로또만 맞으면 오늘 입은 옷 똑같이 입고 가서 폼나게 제일 비싼 차로 거만하게 살 거니까 기다려라 빌어먹을..

요즘 외출할 때 그냥 편한 대로 아무거나 막 입고 다닙니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데 단정하게 입고 다녀야 되겠습니다.


구두 사러 갈 땐 좋은 구두를 신고 가방 사러 갈 땐 명품백을 들고 가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전에 룸살롱이라는 곳을 서너 번 가봤은데 아가씨들이 양복을 받아 걸어두며 라벨을 본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넥타이와 구두를 보며 손님의 수준을 스캔한다고 합니다.

옷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 자동차 딜러의 기본 소양이 부족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 편하게, 거지같이 하고 돌아다닌 내 잘못도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잘 씻고 단정하게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