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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Aug 16. 2020

멘보샤, 딤섬 그리고 연태고량주

어제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온데 오랜만에 라운딩을 했습니다.

비를 맞으며 골프를 쳤는데 후반에는 해가 났습니다.

수분이 증발되면서 찜통이 되어 버려 비와 땀이 섞여  몸이 녹초가 되어버렸습니다.


뜨거운 물에 몸을 풀고 친구가 미리 예약해  중국집에서 저녁시간을 보냈습니다.

중국집은  오랜만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기름진 음식을  안 먹게 됩니다.

나이를 들면 식성이 변하는 것 같습니다.

 튀겨낸 멘보샤에 차가운 맥주가 아주 제격입니다.

온종일 땀을 흘려서인지 목을 타고 넘어가는 맥주가 시원하게 갈증을 풀어줍니다.

바삭바삭하게 튀겨진 식빵과 부드러운 새우의 속살이  어울려 맛있습니다.

식빵은 기름에 쉽게 타버리기 때문에 식빵을 태우지 않고 으깬 새우를 부드럽게  익혀야 하는 멘보샤는 상당한 튀김의 기술이 필요한 음식입니다.

원래 딤섬을 잘하는 집이라고 해서 딤섬으로 속을 어느 정도 채웠습니다.


안주 두세 가지를 주문하여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친구가 집에까지 데려다 주기로 되어있어서  편하게 술을 마셨습니다.

회사 다닐 때 중국집에 가면 주로 마시던 연태고량주가 오늘의 주종입니다.

뒤끝이 깨끗한 술입니다. 빨리 취하고 빨리 깹니다.

 

비가 다시 쏟아지기 시작해서 술자리가 길어졌습니다.

고량주를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옛날에 동해 고량주에 군만두 먹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술을 마셨습니다.

미아리 고개 밑에 승리원이라는 2층짜리 중국집이 있었는데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구석진 방을 잡아서 야끼만두에 동해 고량주를 먹곤 했습니다.

몰래몰래 술을 함께 마시던 친구들은 지금도 여전히  술친구들입니다.

그때  놀긴 했어도 사업도 하고, 대기업에 임원도 하며 다들 열심히 살고 가정  꾸리며 나이를  먹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면 술값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오늘도 술을 마시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옛날에 몰래 먹던 술맛이 최고였다고 추억을 얘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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