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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Sep 13. 2020

불량만두 사건을 소환해 보았습니다

냉장고에 냉동만두가 한가득입니다.

외식하기가 꺼려지는 요즘 만두를 자주 먹게 됩니다.

한 끼를 때우기에 쉽고 만만합니다.

만두는 여러 가지 재료가 어우러져 영양적으로도 충분한 식품이며 요즘 유행하는 HMR 식품의 시조입니다.


2004년 6월

모든 신문과 TV 뉴스는 소위 “쓰레기 만두”사건으로 뒤덮였습니다.

원인은 씹히는 식감을 위해 만두소에 사용되는 무말랭이의 비위생 문제였습니다.

일부 만두업체에서 사용되는 무말랭이의 상태나 처리과정, 제조 시설의 안전관리 소홀 등 1차적인 책임은 물론 제조업체에 있었습니다.

사건이 커 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샀고 만두의 매출은 곤두박질 났으며 한 만두업체의 사장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살을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쓰레기 만두 사건의 양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였는데 경찰의 무리한 수사와 언론의 선정적이고 과장된 보도가 또 다른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거기에 당국의 미숙한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제대로 법 규정을 지키며 생산하던 멀쩡한 기업이 도산을 하고 국민들에게도 필요 이상의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사실 “쓰레기 만두”라는 용어 자체가 말이 안 되고 지나치게 선정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라면을 튀기는 기름을 “공업용 우지”라고 하기도 했고 “고름 우유”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다 잊힌 일이지만 만두가 오명을 벗고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소송과 분쟁 그리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 손실을 보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원인을 제공한 관련 업체가 책임을 면할 수는 없으며 사람이 먹는 식품을 엉망으로 만드는 회사는 일벌백계하여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엄하게 다스려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불량만두 사건처럼  편향되고 과장된 수사와 보도 그리고 관련 당국의 허술한 대응 또한 반복되는 문제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부정, 불량식품으로 인한 사고는 현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제조업체의 인식전환과 안전 제고를 위한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고 위해요소를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HACCP와 같은 좋은 제도를 도입하여 식품공장에 적용시키는 등 정부의 노력도 큰 몫을 했습니다.



식품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대응방안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대처하고 수습하는가가 기업의 사활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George Lakoff라는 사람은 “Frame이론”을 통해 일단 한번 생성된 프레임은 각종 미디어와 소문으로 확대  재생산되는데 이때 그 프레임을 반박하는 시도와 노력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좀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잠잠해질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일면 수긍이 가는 얘기이며 실제로 기업들은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기업의 생명과도 같은 소비자의 신뢰회복이 배제된 방법입니다.


당시 불량만두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업체들이 도산해 나갈 때 중소기업인 “취영루”의 대응이 눈에 띄었습니다.

취영루는 대대적인 신문광고를 통해 자사 제품에 문제가 확인되면 즉시 회사 문을 닫을 것이며 전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적극적인 해명을 했으며 공장을 개방하여 누구라도 생산라인의 청결함을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시장과의 소통을 시도한 것입니다.

결과론이지만 취영루 만두는 지금도 대기업의 만두들과 경쟁을 하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1982년에 미국에서 타이레놀을 먹고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첫 사망사고가 난 후 이틀 동안 시카고에서만 일곱 명이 더 죽었습니다.

사건 조사를 통해 사망자들이 먹다 남긴 타이레놀 병 속에서 청산가리가 발견되었고 누군가 고의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제조사인 J&J사는 사건의 원인과는 관계없이 생산중단과 제품의 회수와 폐기 그리고 범인을 잡는 일에 현상금을 걸었습니다.

회사로서는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며 신속하게 대처를 한 것입니다.

J&J는 우리 제품에 대한 손실은 접어두고 우리의 소비자를 진정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취했다고 밝힘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은 기업의 입장을, 억울함을 고려해 주지 않습니다.

봐주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신뢰는 매우 중요하며 시장과 소통하는 일을 소홀히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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