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시골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식당을 만났습니다.
돌담과 슬레이트 지붕 그리고 낡은 나무 대문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빼꼼 열린 대문 사이로 작은 마당에 가을꽃들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자석에 끌리듯 식당 문을 들어섰습니다.
주인 할아버지가 닭백숙이 나올 때까지 40~50분을 기다리라고 합니다.
바쁠 것 없습니다. 동행을 한 친구도 천천히 한숨 돌리고 가자고 합니다.
구들장 방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초가을의 정취가 흠뻑 느껴집니다.
작은 마당에 가을이 내려앉았습니다.
구석구석 세월이 묻어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세월이 딱 멈춰서 있는듯한 모습입니다.
툇마루와 하얀 고무신, 방에 걸려있는 하루에 한 장씩 뜯어내는 일력과 빛바랜 사진액자..
모두 정겹고 푸근합니다.
아궁이에 무쇠솥이 걸려있는 부엌에서는 할머니가 백숙을 끓이시느라 분주합니다.
영감님이 백숙이 나올 때가 거의 되었으니 손을 씻으라고 하십니다.
마당의 수돗가에 대야와 비누가 놓여있습니다.
벌써 물이 차갑습니다.
마음이 편안합니다.
운전을 해야 해서 술은 마시지 못했지만 가을을 마셨습니다.
백숙에 나물반찬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뜻밖의 행운을 만났습니다.
올 가을은 이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