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거리다

by 이종덕

아내가 내게 뭘 그렇게 중얼거리느냐고 합니다.

심지어는 자면서도 중얼거린다고 합니다.

내가 뭘?

내가 언제 그랬어?

웃기지 말랍니다. 점점 심해지니 신경을 쓰라고 합니다.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얘기하는걸 참 좋아하는 사람인데, 뻥치는 게 거의 취미생활이었던 사람인데 상대가 없으니 나 혼자 씨부렁대는지도 모릅니다.

생각해 보면 옛날에 할아버지도 온종일 중얼거리셨던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내가 확실히 중얼거린 다는 것을 인지해 버렸습니다.


우리 아파트 13층에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왠지 재수 없어 보이는 인간이 살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도 자주 마주치고 아파트 화단 옆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내가 몇 번이고 눈인사를 했는데 반응이 없습니다.

늘 표정이 없어 그러려니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엘리베이터에서 또 마주쳤는데 내가 눈인사를 했더니 멀뚱멀뚱 또 반응이 없는 겁니다.

산책을 하며 기분이 아주 나빴고 그 인간에 대한 쌓여있던 적개심이 혼자 중얼거림으로 표출이 되었습니다.

“젊은 자식이 저러니까 벌써 백수가 되어 집구석에서 빈둥거리지.. 에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 네 마누라가 불쌍하다..”

그렇습니다.

확실히 중얼거렸습니다.


생각은 안 나는데 어떤 책에서 중얼거림의 원인은 “나와 내 안의 나”의 언밸런스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내 안의 나와의 대화가 밖으로 새어 나온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살짝 맛이 간 것이지요.


더 이상 코로나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한 바퀴 휙 돌아다니고 와야겠습니다.

산도 보고, 바다도 보며 내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살펴보아야겠습니다.


이러다가 진짜 돌아버릴것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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