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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Jan 06. 2021

안 그런 척했더래요

갑돌이와 갑순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둘은 서로 사랑을 했지만 이루어지지 못했고 갑순이는 시집을  첫날밤에도 갑돌이 생각뿐이었지만 겉으로는  그런 척했더랍니다.


연말연시를 보내며 여느 때와는 달리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외향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하며 살아왔기에 갑작스러운 마음의 변화에 스스로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직장생활 열심히 했고, 가정에도 충실했으며 은퇴  2년을 지내며  적응을 하고 평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느닷없이 찾아온 심경의 변화가 낯설기만 합니다.

 그려고 해도 자꾸만 상념에 젖고 어두워진  모습을 보게 됩니다.

생각해 보니  머리가 가슴을 이기며 살아왔던  같습니다.

 마음의 소리에  기울이지 않고 이성이 감성을 짓누르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런 척”하며 버텨온 것이지요.

그걸 진짜로 괜찮은 것으로 착각을 해온 것입니다.


마음이 반항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이상  그런 척”은 용납을 못하겠다고, 도대체  뭐냐고  소리칩니다.

 녀석을 어떻게 달래주고 다독거려야 할지 난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런 척”하다가 가족들에게  마음이 앓고 있는 것을 들켰습니다.

몸이 아픈 것보다 훨씬  힘이 듭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지만 그마저도 여건이 좋질 않습니다.

병의 치료의 시작은 인정’이라고 합니다.

마음의 병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그런 척”해 왔노라고, 사실은 아파도 참아왔노라고 인정을 했습니다.


누군가와 길고  얘기를 하고 싶은 몹시 추운 겨울 오후입니다.

에스키모처럼 걷고  걸어 막대기를 꽂으러 길을 떠나고 싶은 그런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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