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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Jan 12. 2021

더하기보다는 잘 빼야 제맛이 납니다

밀 키트 갈비탕이 제법 맛있습니다.

유명한 집의 갈비탕을 새벽에 배송받아 끓이기만 하면 직접 가서 먹는 맛과 차이가 없는 꽤 괜찮은 갈비탕을 먹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TV에서 하루에 170그릇만 한정 판매하는 갈비탕 맛집의 갈비탕 만드는 과정을 보게 되었습니다.


빼는데 온갖 정성을 쏟는 것이 맛의 비결이었습니다.


질 좋은 갈비를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커다란 솥에 갈비를 익히는 과정에서도 솥 옆을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거품과 떠오르는 불순물을 걷어 냅니다.

이렇게 정성을 다해 고기가 충분히 익으면 고기를 건져내어 고기에 붙어있는 지방을 일일이 가위로 잘라내고 국물은 국물대로 차갑게 식혀서 윗부분에 굳어있는 기름기를 또 걷어냅니다.

조리의 모든 과정을 온통 빼내는데 심혈을 기울입니다.

잡내를 제거하고, 기름기를 빼내고...

아주 맑고 시원한 갈비탕의 국물이 탄생됩니다.

더하는 것이라고는 간을 맞추기 위한 소금과 색깔을 내기 위한 간장이 전부입니다.

잡내를 잡기 위해 다른 것을 더하기보다는 빼는데 정성을 들여 본연의 맛을 지키는 것입니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빼고, 내려놓아야 할 나이입니다.

음식 속에서 철학을 봅니다.


이영철 시인의 “북어국”이라는 시를 소개합니다.


“북어국을 끓인다/ 시원한// 시원한 북어국은/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지켜 서서/ 지켜보고/ 솟아오르는 거품/ 수도 없이 생겨나는 거품들을/ 떠내고/ 또 떠내야만 되는 거// 혼탁한 인생길/ 맑고 밝기// 허망한 욕심의 거품/ 거품들을// 걷어내고/ 걷어내고/ 또 걷어내야 되는 이치// 북어국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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