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장기 입원으로 집에 혼자 남아 고달픈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행히 잘 회복하고 있어서 큰 근심은 덜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면회도 어렵고 아내가 강아지들을 잘 돌보라고 신신당부를 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혼자 있는데도 살림살이가 끝이 없습니다.
청소도 해야 하고, 화초와 강아지들도 돌봐야 합니다.
빨래하기, 쓰레기 분리해서 내다 버리기, 먹고 설거지 하기... 모든 일 들이 서툴고 어렵기만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일은 뭔가를 해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 며칠간은 아내가 준비해둔 음식으로 근근이 버텼지만 시간이 지나니 냉장고가 텅 비어버렸습니다.
입맛도 없고, 뭘 좀 해 먹으려 해도 번거롭고, 귀찮고,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배달 앱으로 시켜먹고, 라면으로 때우거나 그마저도 끼니를 건너뛰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한 달 만에 몸무게가 4kg이나 빠졌습니다.
이러다가 아내가 퇴원하기 전에 내가 먼저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마트에 가서 장도 보고 간단한 음식들을 적극적으로 해 먹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한 끼라도 나를 위해 정성껏 준비하고 귀찮더라도 제대로 먹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비교적 간단하다고 생각했던 아메리칸 블랙퍼스트에 도전을 해 보았습니다.
커피를 내리는 동안 베이컨과 소시지를 구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계란 프라이를 먼저 해야 했습니다.
베이컨 기름 때문에 계란 프라이가 눌어붙어버렸습니다.
동생이 보내준 방울토마토 마리네이드를 곁들여 접시에 담았습니다.
토스터에 식빵을 구어 버터와 쨈을 발라 천천히 먹기 시작했습니다.
토마토 마리네이드가 상큼해서 식욕을 돋웁니다.
준비하는데만 40분 걸렸습니다.
결코 간단하지가 안았습니다.
그래도 모처럼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잘 먹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내가 기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