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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Mar 10. 2021

펀치볼 시래기 코다리찜, 그리고 막걸리

좀처럼 술 마실 일이 없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이틀이 멀다 하고 주종 불문 마셔대는 술꾼이었지만 이제는 술자리도 거의 없고 어쩌다 술자리가 생겨도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인해 일찍 자리를 털어야 하니 재미가 없습니다.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시간에 쫓기며 마시는 술은 정말 맛이 없습니다.

오늘은 동네에서 소문난 맛집의 펀치볼 시래기찜을 배달시켜 아내와 둘이서 막걸리로 낮술을 마셨습니다.

시래기는 예전부터 펀치볼의 시래기가 부드럽고 뒷맛이 구수해서 인기가 좋습니다.

양구군 해안면의 별칭인 펀치볼은 마을의 모양이 화채 그릇(punch bowl)처럼 우묵 패인 분지여서 그렇게 불린다고 합니다.

펀치볼의 시래기는 차가운 바람으로 말립니다.

너무 말라 바스러지지 않고 꾸덕꾸덕합니다.

덕장에서 명태나 코다리를 말리는 방법과 비슷합니다.

그래서인지 시래기와 코다리는 궁합이 잘 맞습니다.

코다리찜이 거의 완성될 무렵 들기름과 약간의 양념으로 볶아낸 펀치볼 시래기를 곁들여 냅니다.


코다리의 살도 야들야들하고 시래기도 딱 적당하게 조직감이 있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막걸리를 네 병이나 비웠습니다.


배가 부릅니다.

이제 두어 시간 낮잠을 자면 됩니다.

이만하면 백수생활도 할 만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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