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났습니다.
코로나에 지독한 황사 때문에 며칠을 두문불출했더니 아침부터 좀이 쑤셨습니다.
아내와 길을 나섰습니다.
남한강을 끼고 양평까지 천천히 차를 몰았습니다.
길가에 벚꽃과 개나리가 지천입니다. 강물도 봄볕을 받아 반짝입니다.
나오길 잘했습니다.
양평은 30여 년 전에 아버지가 정년퇴직을 하신 후 농가주택을 한채 마련하시어 한동안 작은 텃밭을 가꾸시며 소일하시던 곳이라서 저도 주말마다 자주 가던 곳입니다.
아버지가 지금의 내 나이쯤 되셨을 때입니다.
그때 아버지를 모시고 자주 갔던 옥천면의 냉면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좌식에서 입식테이블로 바뀐 것 외에는 예전 모습 그대로입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담장과 낡고 빛바랜 간판도 그대로입니다.
고기완자와 비빔냉면을 먹었습니다.
아버지와 먹던 그 메뉴입니다. 완자는 냉면 무김치를 얹어서 함께 먹으면 참 맛이 있습니다.
비빔냉면은 색깔은 빨갛지만 맵지 않습니다.
이 집은 물 대신 면수를 주는데 슴슴하면서 아무 맛이 없지만 자꾸 마시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는 점심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양수리에서 청평 방향으로 길을 틀어 서종면 쪽으로 향했습니다.
아기자기하고 꼬불꼬불한 또 다른 모습의 봄길입니다.
커피 원두가 떨어져 구매도 할 겸 테라로사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많습니다.
메뉴에 cherry blosooms브랜드라는 커피가 눈에 띕니다.
아마도 계절 한정 커피인 것 같습니다.
testing note에는 금귤, 허니, 체리, 화사한 꽃향기라고 되어있습니다.
벚꽃을 안 먹어 봤으니 벚꽃향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뒷맛이 시큼합니다.
날씨가 좋아 야외 발코니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커피를 마시다가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최근 들어 벌써 두 번째입니다.
무심코 마스크를 쓴 채로 커피의 첫 모금을 마셔서 입술을 홀랑 데고 옷을 버렸습니다.
마스크를 일 년 넘게 쓰다 보니 안경처럼 썼는지 안 썼는지를 잘 모르는 것입니다.
바람 잘 쐬고 꽃구경도 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