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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Apr 13. 2021

Yesterday once more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마음만은 ….


어제

밖에서 아내를 만났습니다.

여느 때처럼 함께 외출을 한 게 아니고 내가 볼일이 있어 먼저 나가고 약속시간에 맞춰 아내가 따로 나온 것입니다.


카페에서 아내를 기다리며 야릇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40년 전 데이트할 때 그 느낌이 찾아왔습니다.

저기 횡단보도에 우산을 쓴 아내의 모습이 보입니다.

Just like before...

아주 오래전 언젠가 그때처럼 아내는 내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내의 모습이 익숙하지만 낯설기도 합니다.


그렇군요

연애할 때 단성사 극장 앞에서 조조할인 영화티켓을 끊어놓고 아내를 기다리다 퇴계로 쪽에서 걸어오는 아내를 보고 손을 흔들던 그때도 비가 왔고 아내는 오늘처럼 우산을 쓰고 있었습니다.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아내의 얼굴을 보니 옅게 화장을 했네요.

아내의 화장한 얼굴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아마 아내도 약간은 설레는 마음으로 추억을 되새기며 나온 것 같습니다.

버스에서 졸다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처 화들짝 놀라 잠이 깨어버린 것처럼 잠깐 존 것 같은데 세월은 점프를 하여 우리는 60대 중반이 되었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있습니다.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그때 그 모습은 아니지만 아내가 참 곱게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밥 먹고 차 마시고 인사동 골목길을 기웃거리며 한 바퀴 돌았습니다.

내가 나올 땐 비가 안 와서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아서 우산을 함께 쓰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팔짱도 끼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느낌입니다.

어제는 온종일 내 젊은 날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just like before

it’s yesterday onc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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