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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Jul 15. 2021

고마워, 괜찮아…

퇴직 후에 아내랑 종일 붙어있다시피 하니 사소한 일로도 의견 차이가 나고 말다툼을 벌이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집집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들 그렇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를 극복하지 못해 졸혼을 한 친구도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안 하다 보니 상황은 더욱더 심각해집니다.

평생 집에만 있던 아내와 어느 날 갑자기 집에 눌러앉은 남편…

생각도 많이 다르고 리추얼이 딴판일 수밖에 없습니다.


은퇴하고 벌써 3 연차가 되어갑니다.

언제부턴가 아내와 다투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아마도 내가 슬기로운 백수생활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아내에게 지시를 하지 않습니다. 부탁을 합니다.

오랜 직장생활 동안 지시하는 게 몸과 마음에 배어있었고 말투도 그대로였습니다.

이게 마누라에게 먹힐 리가 없었던 것이지요.

요즘은 “고마워”란 말과 “괜찮아”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식사 후에도, 커피를 한잔 마셔도 고맙다는 얘기를 꼭 합니다.

아내가 사소한 실수를 해도, 내생 각과 다른 일을 해도 괜찮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내가 조금 변했는데 아내는 많이 변했습니다. 아주 부드러워졌습니다.

용돈을 주며 친구들과 바람도 쐬고 골프라도 한번 치고 오라고 합니다.

어쩌면 생존전략일 수도 있지만 그냥 내가 먼저 굽혀버리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제 와서 마누라를 이겨먹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습니다.

이제 어차피 아내와 나는 남은 여생을 함께 가야 하고 그러자면 같은 곳을 바라보아야 하겠지요.


“지는 게 이기는 거다”

생각할수록 참 명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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