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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Aug 29. 2021

가을마중

은퇴 후 벌써 세 번째 가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할 땐 계절이 바뀌는걸 잘 몰랐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것이지요.


며칠 사이에 가을이 바짝 다가왔습니다. 영감의 마음이 살짝 흔들립니다.

가을을 탑니다.

작년 가을에 이미 경험을 해 봤습니다.


아내와 길을 나섰습니다. 목적지도 없이 그냥 강도 보고 산도 보고 싶었습니다.

가을 마중을 나선 것이지요.

초가을은 모든 것이 선명하고 뚜렷해집니다. 구름도, 숲도 그리고 그림자도…

북한강변의 카페에서 잠시 쉬며 커피를 마셨습니다.

나무 그늘 밑이 시원합니다.


무료하지만 편안하고 여유로운 일상입니다.

생각해 보니
나도 모르게 열정은 점점 엷어지고 그 자리를 연민이 채우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알베르 카뮈가 말한 늙어가는 현상입니다.

서두를 일도 없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허름하지만 마당이 소박하고 이뻐서 끌리듯 들어간 식당입니다.

닭갈비집인데 밑반찬이 참 정갈하고 맛이 있네요. 고기가 채 익기도 전에 나물반찬으로 밥 한 공기를 다 먹어버렸습니다.

밥을 다 먹고도 식당 툇마루에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맨드라미가 많이 피었습니다.

옛날에 참 흔했던 꽃입니다.  촉감이 할머니의 비로도 치마 같은 꽃입니다.

꽃밭을 배회하는 호랑나비와 고추잠자리도 참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확실히 서울보다는 가을이 좀 더 빨리 도착해 있는 곳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가을비도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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