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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Aug 07. 2021

생갈비에 소맥

며칠 전

직장 후배 둘이 집 근처로 찾아왔습니다.

36도나 되는 폭염의 날씨였는데 낮술을 마시자고 온 것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저녁시간에 보기는 어려워서 일부러 반차휴가를 내고 왔다고 하더군요.

퇴직한 지 3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잊지 않고 이따금씩 안부전화도 하고 찾아주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날씨도 너무 덥고 폐를 끼칠까 봐 몇 번을 거절했는데도 기어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예전에 퇴근길에 나와 함께 마시던 술자리가 많이 그립다고 했습니다.

질 좋은 생갈비를 구우며 소맥을 마셨습니다.

식당에 에어컨이 워낙 빵빵하고 손님도 없어서 마음 편하게 오랜 시간 동안 옛이야기를 하며 꽤 많은 양의 술을 마셨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퇴근 후 회식자리의 느낌이었네요.


가격이 좀 비싸서 그렇지 생갈비는 참 맛이 있습니다.

느끼할 때쯤 마시는 차가운 소맥은 예나 지금이나 최상의 조합입니다.

게다가 후배가 말아주는 소맥의 배합비율은 변함없이 일정하고 입안에서 착 감깁니다.

생갈비를 먹을 때는 상추도 필요 없고 마늘이나 깻잎도 필요 없습니다.

오직 소금만 있으면 고기의 풍미와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집은 트러플 소금과 생 와사비를 주는데 확실히 고기의 맛을 상승시켜 줍니다.


모처럼 과음을 했습니다.

어느새 술이 불콰하게 올랐고 자리를 마치고 식당 문을 나서니 숨이 턱 하고 막힙니다.

한여름 낮술은 옳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의 정성과 배려로 참 즐거운 오후 한때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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