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덕 Aug 22. 2021

국수 먹으러 돌아다니기(3)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삼복더위가 지나고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합니다.
그래도 한낮에는 여전히 덥습니다.

지난주 35도까지 오르던 날 과천까지 가서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운전을 하는데 약간의 어지러운 증상이 있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잠시 쉴 겸 10년 전 송파동에 살 때 단골집에 찾아가 콩국수를 먹었습니다.


시원하고, 고소하고 한 그릇 먹고 나면 든든해서 여름철에 이만한 한 끼가 없습니다.

영양적으로도 충분하고요.

전라도 강진에서 언니가 재배한 콩을 받아 쓴다는 이 집의 콩국물의 맛은 변함없이 맛이 있었습니다.

국물까지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컨디션이 좋아졌습니다.

배가 고파서 어지러운 것이었군요.

조금 별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국수를 먹을 때는 면에 김치를 얹어서 함께 먹지만 콩국수를 먹을 때는 국수를 먹고 김치를 따로 먹습니다.

뽀얀 콩국에 김치 국물이 섞여 색이 변하는 게 왠지 싫어서입니다.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 출판사를 하고 있는 친구 사무실에 놀러 갔습니다.

30여 년 만에 바둑을 두었습니다.

다 잊어버렸을 줄 알았는데 그대로 기억이 나고 제법 치열하게 두어 계가까지 갔습니다.

세집 졌습니다.

메밀국수 내기 바둑이었습니다. 옛날에 자주 다니던 충무로에 있는 판메밀국수 집으로 갔습니다.

용케도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네요.

요즘은 옛날에 다니던 식당을 가보면 문을 닫았거나 업종이 바뀌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메밀국수는 워낙 좋아해서 한참 때는 다섯 판을 먹은 적도 있습니다.

모밀과 메밀을 헷갈렸는데 메밀이 표준말입니다.


탕수육을 먹을 때 ‘찍먹’이냐 ‘부먹’이냐로 먹는 방법이 나뉘는데 나는 메밀국수를 먹을 때도 어떤 때는 국수를 말아서 먹고 어떤 때는 어떤 때는 슬쩍 담갔다 먹습니다.

쯔유가 조금 짜면 ‘찍먹’을 하는 것이지요.

그날은 쯔유가 딱 맞게 슴슴하고 감칠맛이 있어서 ‘부먹’으로 국물까지 다 먹었습니다.

비가 와서 후덥지근했었는데 시원한 냉메밀 국수로 더위가 싹 가셨습니다.


좋은 식당들이 문을 안 닫고 언제라도 찾아가면 그 자리에 잘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갈비에 소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