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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Nov 02. 2021

꽃이 두고 간 선물

지난 어느 봄날

산책길에 배밭을 만났습니다.

순백의 배꽃이 만발하여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습니다.

비가 촉촉이 내려 흐리고 어두운 날이었는데도 배꽃이 만개한 배밭은 형광등을 켜놓은 듯 환했습니다.

오늘 다시 가보니 꽃이 피었던 자리에 탐스러운 황금빛 배들이 나뭇가지가 휘어지도록 매달려 있습니다.

배 수확이 한창이더군요.

뜨거웠던 여름과 몇 차례의 비바람에 꽃은 다 지고 그 자리에 배가 열렸습니다.

원두막에 걸터앉아서 주인아주머니가 맛이나 보라고 깎아주신 배 한 조각을 베어 물으니 과즙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도록 가득하고 정말 달고 맛있습니다.


어린아이 머리만 한 큰 배를 열개 샀는데 덤으로 세 개를 더 얻었습니다.


꽃이 두고 간 선물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단풍이 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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