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아내와 꽃집에 가서 화병에 꽂을 꽃을 한 다발씩 삽니다.
잘 다듬어서 정성껏 화병에 담으면 집안 분위기가 화사해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눈길이 갑니다.
언듯 언 듯 은은하게 스치는 꽃향기도 기분이 좋습니다.
전에 없던 일입니다.
연애할 때도, 40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하며 나는 아내에게 꽃 한 송이 선물로 준 일이 없었습니다.
먹지도 못할뿐더러 얼마 안 가서 시들어 버리게 되니 실용성도 없고 아깝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도 누군가 취임을 하거나 영전을 해서 인사치레를 해야 할 때도 蘭을 보내지 않고 명함지갑이나 만년필 같은 곁에 놓고 오래 쓸 수 있는 실용적인 축하선물을 보내곤 했습니다.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꽃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내는 나와 함께 꽃을 고르는 시간을 좋아하고 꽃을 바라보며 행복해합니다.
아주 작은 사치지만 잔잔한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