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고 해서 특별히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봄이 기다려집니다.
아니, 봄이 기다려진다기 보단 움츠려 들고 음습한 겨울이 싫습니다.
은퇴 후 세 번의 겨울을 지냈습니다.
그 세 번의 겨울은 참으로 힘에 겨웠습니다.
첫 번째 겨울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두 번째 겨울에는 아내의 와병으로 40여 일간 입원을 하여 마음고생, 몸고생이 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겨울에는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코로나까지 겹쳐 자유로울 줄 알았던 은퇴 후의 생활이 나를 집안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퇴직을 앞두고 계획했던 많은 일들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열심히 준비했던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하려 했던 일도, 아내와 함께 여행을 다니려고 숙소, 교통편, 맛집 등 노트북에 저장을 하며 준비했던 것도, 무엇보다도 그동안 틈틈이 써놓은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엮어 보려 했던 일 까지 아무것도 시작도 못한 채 3년이 훌쩍 지나가 버린 것입니다.
어젯밤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이른 아침에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기 위해 나가 보니 땅은 촉촉이 젖어있는데 쌀쌀한 기운이 없습니다.
봄에는 비가 올 때마다 따뜻해지고 가을에는 비가 오면서 추워집니다.
아주 미세하게 봄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움츠려 들었던 몸과 마음을 툭툭 털어내고 계획했던 일들을 다시 꺼내 봅니다.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가면 됩니다.
오늘은 추위를 피해 겨우내 거실에 두었던 화분들을 베란다로 옮겨서 물도 흠뻑 주고 햇볕도 쐬게 해 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