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일어나 맘껏 게으름을 피우다가 브런치 먹으러 나왔습니다.
하얗게 올라온 수염도 깎지 않고, 운동화 꺾어 신은채 서종면까지 왔습니다.
갓 구운 빵과 커피를 마시며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보며 아내와 소소한 얘기를 이어가는 시간이 참 편안합니다.
뭐든지 정해놓고 하지 않아도 돼서,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해야 할 일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으로 방점이 옮겨갔습니다.
오랜만에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내가 봐도 사진 속에 내 얼굴은 많이 늙었지만 참 편안해 보입니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나이가 드니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 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어 좋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
박완서 님과 박경리 님의 글입니다.
두 분의 느낌이 많이 닮아 있습니다.
나 또한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