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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Apr 02. 2022

팥죽 그릇에 코를 박았다

어릴 때부터 팥죽을 참 좋아했다.

옛날에 할머니께서는 큰 가마솥에 한꺼번에 많은 양의 팥죽을 쑤셨다.

나무 주걱으로 휘휘 저으며 한참 동안을 아궁이에 머무르며 팥죽을 쑤셨는데 팥죽이 끓기 시작하면 커다란 기포가 퍽퍽 터지기 시작하는데 용암이 끓는 것 같았다.


어른이 되고도 팥죽을 변함없이 좋아했고, 팥죽을 맛있게 하는 집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언젠가는 곽재구 시인이 지상에서 가장 맛있는 팥죽이라고 소개했던 장흥군 회진 장터에 있는 허름한 팥죽집을 찾아가기도 했다.

오직 팥죽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난대 없이 팥죽이 먹고 싶어졌다.

차를 몰고 서종면 문호리에 있는 팥죽집을 찾아왔다.

종지에 설탕과 소금이 놓여 있었지만 최소량의 소금만을 살짝 넣어 꽤 많은 양의 팥죽 한 그릇을 코를 박고 먹어치웠다.

팥죽..
슴슴하고 구수하다.
본연의 맛이다.

약간은 씁쓸함이 남는 뒷맛도 다.

오르내리지도 고 더부룩함 없이 속이 편하다.
 좋은 국산 팥을 썼나 보다. 
소문이 날만하다.


봄 날씨가 화창하기 그지없는데 팥죽을 먹고 나니 콧등에 땀방울이 송송 맺었다.
그냥 집으로 돌아오기엔 날씨가 너무 좋아 북한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카페에서 멍 때리고 앉아있는 중이다.
이제는 커피를 테라스에서 먹어도 빨리 식지 않을 정도로 날씨가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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