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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Aug 31. 2022

진짜 자세히 보니 더 이쁘네

백봉산 오르는 길

한여름의 꽃들은 농염했습니다.

가을꽃은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고 친근합니다.

간밤에 내린 비로 빗물을 한껏 머금어 싱그럽습니다.


예전에는 群落을 이루고 있는 꽃들이 보기 좋았는데 이제는 한송이 한송이를 자세히 보게 됩니다.

좁다란 오솔길에 쪼그려 앉아 한참을 들여다 보고 정성껏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전에는 없던 일입니다.

허투루 보았던 것들이, 당연히 여겼던 풍경들이 이제는 다른 마음으로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자세히 보아야 이쁩니다.

풀잎에 스쳐 신발과 바짓단이 젖었습니다.

아마도 올 가을에는 그리운 것을 그리워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나간 청춘도, 스쳐간 사람들도…


집에 돌아와 식탁에 앉으니 아내가 내어준 커피가 유난히 향이 짙습니다.

미련도 후회도 없이 훅 하고 담배연기를 내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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