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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Sep 18. 2022

추석 Eve의 와인파티

추석이 지난 지 벌써 일주일이 되었네요.


이번 추석은 만감이 교차하는 추석명절이었습니다.

작년 추석에만 해도 어머니가 빚은 만두와 녹두빈대떡을 먹으며 지냈는데 이제 올 추석부터는 갈 곳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뭉클뭉클 밀려오는 시간이었습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딸 내외가 손주와 함께 왔습니다.

모처럼 하룻밤을 자고 놀다가 추석 당일엔 시댁에 간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은 올해 벌써 결혼 10주년이 되어 추석 연휴에 연차휴가를 붙여 보름 정도를 제주도에서 보낼 거라 했습니다.

아직도 여행 중이며 간간히 카톡으로 손주의 사진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오던 날 저녁 모처럼 밤늦도록 도란도란 얘기하는 시간이 행복을 주었습니다.

아내가 간단하게 안줏거리를 마련해 주어서 편안하고 느긋하게 와인을 마셨습니다.


영화음악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영화나 드라마에 음악이라는 옷을 입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음악이 내 머릿속에 많이 저장되어 있어야 상황이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꺼내 쓸 수 있다는 생각에 클래식은 물론 가요와 팝송까지 열심히 듣고 정리를 했었습니다.  

어머니의 반대와 이런저런 이유로, 간절했지만 못내 이루지 못한 내 꿈에 대한 얘기였지요.


다음날 아침.

아내는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을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갈비찜도 잡채도 없습니다.

전과 토란국도 없습니다.

딸이 엄마의 집밥을 먹고 싶다고 미리 얘기를 해 놓은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묵은지 등갈비찜과 서너 가지의 특별히 준비한듯한 반찬으로 아침을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제

특별히 추석 음식이라는 게 따로 있질 않습니다.

나도 추석에 대한 입장이 반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부모님을 찾아뵙다가 자식들이 찾아오게 된 것이지요.

이렇게 한 세대가 지나가고 새로운 명절의 모습이 찾아오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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