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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Sep 20. 2022

골프장 유감

후배들이 불러주어서 오랜만에 라운딩을 나갔다.

골프도 골프지만 가을 벌판을 걸으며 계절을 만끽하고 싶었다.

가을 햇살과 바람 그리고 소소한 대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마음이 설레기까지 했다.  


요즘 골프장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제대로 플레이를 하기 쉽지 않았다.

젊은 여성 골퍼들이 엄청 많아졌는데 그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기본적인 매너가 갖추어져 있지 않아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짝 붙는 옷과 짧아도 너무 짧은 치마를 입어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였고 마치 패션쇼장을 방불케 했다.  

TV 오락 프로에 골프가 많아져 영향을 받았는지 쉴 새 없이 깔깔거리고 떠들어 대기도 했다.  


멀리건(mulligan)을 밥 먹듯 주다 보니 경기가 지연되고 특히 파 3홀에서는 트래픽이 심했다.

앞팀이 티샷 하는 동안 대기해야 했고 티샷을 하고 난 후에는 세컨드샷을 하지 못하고 뒷팀이 티샷을 다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북한 상황이 18홀 내내 거듭되었다.

캐디도 몹시 힘들다고 했다.

통제도 안되고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조언을 하면 싸우자고 덤벼들기도 한다고 했다.

골프를 치러 온 건지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으러 온 건지 플레이보다는 사진 찍느라 바쁘다고 했다.


꼰대 같은 얘기지만 옛날에는 골프장에 가려면 정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콤비 재킷 정도는 걸치고 가야 했다.

골프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는 매너와 배려가 기본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천신만고 끝에 마지막 홀…

붉게 물든 석양을 바라보며 오늘 내가 여기를 왜 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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