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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Sep 23. 2022

초가을 몸보신, 하얀 내장탕

아침 운동 후 뜨거운 내장탕 한 그릇 먹고 있습니다.

한 달에 서너 번씩 오는 단골집입니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후루룩후루룩 뜨거운 국물을 먹어도 땀이 나질 않는군요.


기름을 잘 걷어낸 맑은 사골육수에 깔끔하게 손질된 한우의 처녑과 곱창을 함께 끓여낸 맑은 내장탕입니다.

양은 비스듬히 어슷하게 썰어서 부드럽고 식감이 좋습니다.

고기의 잡내도 전혀 없고 담백합니다.

굳이 표현을 한다면 서울식 내장탕입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맑은 내장탕은 어릴 때 할머니가 가마솥에 밤새 끓이시던 바로 그 맛입니다.

예로부터 한양이나 개경 쪽의 음식은 간이 세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은 슴슴함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뱃속이 든든합니다.

몸보신이 된 듯합니다.


예전에 효종갱(曉鐘羹)이라는 해장국을 먹어본 일이 있습니다.

효종갱은 조선시대 때의 해장국입니다.

남한산성의 갱촌이라는 곳에서 끓여 새벽종이 울리기 전에 한양의 반가에 배달했다고 합니다.

밤새 끓인 효종갱을 식지 않게 배달하기 위해 항아리에 담고 이불로 꽁꽁 싸매어 지게에 메고 골목을 돌아다니며 팔았다고 하지요.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제가 먹어본 효종갱은 품위가 느껴지고 맛이 훌륭했습니다.

소갈비와 해삼, 전복 그리고 얼갈이배추로 조화를 맞춰 약한 불로 오래 끓인다고 했는데 국물의 베이스가 되는 된장은 조리에 받쳐 아주 연하게 넣습니다.

된장의 진한 맛이 각 재료들의 맛과 향을 가리지 않기 위함입니다.


오늘 먹은 내장탕도 다른 양념 없이 소금만 들어갑니다.

그래서 개운하고 시원합니다.

식탁에 다대기가 놓여있어 취향에 따라 얼큰하게 먹을  있지만 저는 넣지 않습니다.


어느덧 따뜻한 국물음식이 좋은 계절이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잘 먹고 건강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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