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덕 Oct 09. 2022

양 대창 구우며 낮술 먹기

50년 지기 내 친구 종섭이를 만났다.

거의 1년 만에 만난 것 같다. 이제는 피차 바쁜 것도 없는데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양과 대창을 구우며 소맥을 말아먹기 시작했다.  

늘 그렇게 시작한다.

낮술은 소맥이 제격이다.

두툼한 양은 구워지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너무 익기 전에 먹어야 제대로 된 맛과 최적의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대창은 바짝 구워야 고소함이 극대화된다. 기름기가 많아 꺼리기도 하지만 대창의 고소함은 포기를 할 수가 없다.

종섭이랑 술을 마시면 참 편하다.

고기 굽는 실력이 대한민국 1 등이다. 어떤 고기든 딱 적당히 익었을 때 내 앞으로 놓아주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드나든 이 양 대창 집의 주인장은 내가 가면 의례히 발코니 쪽의 구석진 자리로 안내를 한다.

내가 무지하게 오랜 시간 동안 술을 마시는 걸 알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타임도 나는 예외다.

직원들이 밥을 먹고 쉬는 시간에는 내가 알아서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다 먹는다.


내 친구 종섭이

그는 멋지다.

얼굴도 늘 온화하고 말투도 부드럽다.

60대 중반의 나이에도 머리숱도 많고 피부도 맑다. 배도 안 나왔다.

무엇보다도 옷을 과하지 않게 신경을 쓴 듯 안 쓴 듯 늘 스마트하게 멋지게 잘 입는다.

오늘도  같이 면바지에 하게 옷을 입고 만났는데 녀석의 바지는 다리도 길어 보이고 멋진데  바지는 펑퍼짐한  영락없는 영감 스타일이다.


점점 배가 불러와서 소맥은 그만두고 그냥 소주를 먹기 시작했다.

나는 종섭이가 술에 취해 흐트러진 모습을 본 일이 없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지만 어떤 때는 그런 그가 재수 없기도 했다.

탁자에 놓여있는 녀석의 스마트폰을 보니 배경화면에 종섭이 마누라가 배시시 웃고 있다.

물론 제수씨는 멀쩡히 살아있다.

우리 나이 또래의 스마트폰 배경화면은 대부분 손주의 사진이거나 멋진 풍경 사진인데 희귀한 케이스다.

아직도 사랑하냐고, 아직도 그렇게 이쁘냐고 물었더니

어렵고, 힘들 때마다 마누라의 사진을 보며  여편네 와도 참고 평생 살아왔는데 세상에 못 참을 일이 뭐가 있겠나.. 하며 스스로 위로하며 용기를 다고 낄낄거린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려 과음을 했다.

입가심으로 생맥주나 한잔씩 더 하자고 하니 부득부득 커피를 먹자고 한다.

유일하게 언쟁을 하는 시간이다.

수십 년 동안 늘 그랬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추장찌개가 보글보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