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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Nov 18. 2022

남대문 시장에서 하루 놀기

어제 남대문시장 순례


딸이 결혼을 하기 전에는 해마다 요맘때가 되면 해마다 아내와 딸은 남대문시장에 놀러 가곤 했습니다.

갈치조림도 먹고 꽃시장에서 크리스마스 소품도 사며 시장을 싸돌아 다니는 것이지요.

딸이 결혼을 하고, 외국에 다녀오고 손주를 낳고 키우는 동안 연례행사는 중단되었었습니다.

어제는 딸이 엄마, 아빠와 놀고 싶다며 휴가를 내어 10년 만에 남대문 시장을 가게 되었고 그동안 백수가 되어 버린 나도 꼽사리를 끼게 되었습니다.


둘이서 참 잘 놀고 잘 돌아다닙니다.

나는 늘어나는 비닐봉지의 짐꾼으로 졸졸 따라다니기만 했어도 아내와 딸의 뒷모습을 보며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꽃시장은 딴 세상이었습니다.

온갖 크리스마스트리와 소품들이 휘황찬란하여 벌써 크리스마스가 온 것 같더군요.

딸이 우리와 놀아준 건지 우리가 딸과 놀아준 것인지는 애매했지만 어쨌든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배가 고프기 시작했습니다.

사위가 점심을 사겠다고 전화를 했지만 바쁜데 그럴 것 없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갈치 골목에 들어섰습니다.

‘희락’의 갈치조림은 변함없이 맛이 있습니다.

살을 발라먹고 졸여진 양념국물에 밥을 비벼 생김을 올려 먹습니다.

밥도둑이 따로 없습니다.

딸아이가 너무 잘 먹습니다.

아내는 생선살을 발라 열심히 딸의 숟가락에 얹어줍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엄마도, 아내도 아니고 골치 아픈 회사의 일도 몽땅 내려놓은 모습입니다.


그렇지요

가끔씩은 온전히 쉬고 충전을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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