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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Nov 03. 2022

언제나 제자리에

어쩌다 외출을 할 때면 최소한의 소지품만 가지고 나갑니다.

조그마한 카드지갑과 자동차 키, 그리고 핸드폰입니다.


그런데 집안에서 이런 것들이 자꾸 없어집니다.

TV를 보려면 리모컨을 한참 찾아야 합니다.

얼마 전에는 한참을 걸려 겨우 자동차 키를 찾았는데 아파트 주차장에서 자동차를 찾느라 애를 먹은 적이 있습니다.

왜 그러는 걸까?

왜 이렇게 깜빡깜빡하는 것일까?

치매검사를 받아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은근히 걱정도 되고 신경이 쓰였지만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알았습니다.

친구들과 얘기해보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들 비슷비슷하고 심리상담 전문가인 딸과 깊은 대화를 해보니 이런 현상들에 대해서 너무 신경을 쓰지 말고 그냥 그러려니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는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사실 스트레스받을 일이 별로 없고 마음이 느슨해지다 보니 생활습관과 생각이 무뎌져 곳곳에서 허술함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자주 쓰는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옷도 벗기 전에 카드지갑과 자동차 키부터 제자리에 놓습니다.

며칠 전에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났었습니다.

우리 집은 17층입니다.

예전에는 운동삼아 일부러 걸어 올라가기도 했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는데 너무 힘이 들어서 중간에 세 번을 쉬어야 했고 종아리에 알 이배고 허벅지가 땡겨서 며칠을 고생을 했습니다.

머리뿐만 아니라 체력도 많이 떨어져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마음으로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예전과 그대로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과 마음의 간극이 많이 벌어져 있음을 깨닫는 요즘입니다.


이 글은 육십 대 중반 영감의 넋두리가 아닙니다.

반성의 글입니다.

한동안 머리 운동, 몸 운동을 소홀히 하고 그저 빈둥거리고 낮잠 자고, 먹을 것만 찾던 나태했던 나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태원에서 큰 사고가 일어나 난리가 난 것도 그다음 날에서야 알았습니다.


다시 온몸에 나사를 조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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