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에 새끼손가락이 문틈에 끼어서 인대가 끊어졌습니다.
병원에서는 인대 접합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요까짓 새끼손가락쯤이야 어떠랴 싶은 마음과 귀찮은 마음에 그냥 내버려 두었습니다.
새끼손가락이 휜 채로 굳어버렸습니다.
전혀 아프지는 않지만 은근히 불편합니다.
손가락 열개는 모두 다 각자의 역할이 있고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일들을 손가락들이 해냅니다.
주먹을 쥐면 손가락을 쓸 수 없습니다.
손가락들이 주먹 안으로 숨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주먹을 불끈 쥐면 돌이 되었다.
부르르 떨면 더 단단해졌다.
주먹 쥔 손으로는
티끌을 주울 수 없고
누구한테 꽃을 달아 줄 수도 없었다.
감태준 시인의 “주먹을 풀 때가 되었다” 중 일부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먹을 쥐면 손가락을 쓸 수 없습니다.
주먹을 쥔다는 것은 분노의 마음입니다.
미움과 원망의 표출입니다.
손을 펴야 합니다.
그래야 내 마음이 해방되고 손가락이 자유로워집니다.
새끼손가락 하나도 날 불편하게 하는데 손가락 모두를 주먹 안에 가둬서야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