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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Nov 11. 2022

손을 활짝 펴고, 마음도 활짝 열고..

지난여름에 새끼손가락이 문틈에 끼어서 인대가 끊어졌습니다.

병원에서는 인대 접합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요까짓 새끼손가락쯤이야 어떠랴 싶은 마음과 귀찮은 마음에 그냥 내버려 두었습니다.

새끼손가락이 휜 채로 굳어버렸습니다.

전혀 아프지는 않지만 은근히 불편합니다.

손가락 열개는 모두 다 각자의 역할이 있고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일들을 손가락들이 해냅니다.

주먹을 쥐면 손가락을 쓸 수 없습니다.

손가락들이 주먹 안으로 숨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주먹을 불끈 쥐면 돌이 되었다.

부르르 떨면 더 단단해졌다.


주먹 쥔 손으로는

티끌을 주울 수 없고

누구한테 꽃을 달아 줄 수도 없었다.


감태준 시인의 “주먹을 풀 때가 되었다” 중 일부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먹을 쥐면 손가락을 쓸 수 없습니다.

주먹을 쥔다는 것은 분노의 마음입니다.

미움과 원망의 표출입니다.

손을 펴야 합니다.

그래야 내 마음이 해방되고 손가락이 자유로워집니다.


새끼손가락 하나도 날 불편하게 하는데 손가락 모두를 주먹 안에 가둬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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