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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Feb 10. 2023

밥도둑 술도둑

올해 첫 아내와의 낮술회동

날씨가 조금 풀린듯하여 아내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왔습니다.

작년부터 시작한 한달에 한번 “낮술 먹으며 서로 솔직해지기”회동을 겸하였습니다.  


오늘 메뉴는 통오징어 숙회와 간장게장입니다.

두 가지 다 맛이 좋아 술도 아껴먹고 밥도 아껴먹었습니다.

통오징어 숙회는 참 오랜만입니다.

옛날에는 동네어귀마다 포장마차가 흔하게 있어서 수시로 소주를 마시러 들락거렸습니다.

홍합국물과 데친 오징어를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이 최고의 안주였고 가격도 저렴하고 분위기도 좋아서 친구들과 소주 마시기 참 좋았었습니다.


오늘 통오징어 숙회는 내장째 그대로 찜통에 쪄낸 것인데 오징어가 물이 좋고 딱 알맞게 익혀져서 아주 부드러웠습니다.

내장과 먹물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저는 녹진한 내장을 소스 삼아 오징어를 찍어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요즘에는 이렇게 통째로 숙회를 하는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입니다.

금방 소주를 한병 비웠습니다.

술도둑입니다.

솥밥에 간장게장으로 밥을 먹었습니다.  

오징어와 소주로 웬만큼 배가 불러있었지만 게장을 한입 먹어보니 너무 맛이 있어서 정말 밥을 아껴먹게 되더군요.

결국은 소주를 한 병 더 먹고야 말았습니다.

모처럼 과음을 했습니다.

하지만 맛있게 먹은 밥은 살이 찌지 않고, 즐겁게 마신 술은 취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아내가 좋은 술친구가 되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잃어가는 과정이 아니고 쌓아가는 과정이 되면 인생의 질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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