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새 흐리고 을씨년스러웠다.
오늘 모처럼 베란다에 밝은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발톱을 깎기 시작했다.
발톱무좀 때문에 발톱이 두꺼워진 데다가 잘 보이지도 않고 게다가 배가 나와 몸을 굽히기가 쉽지 않아 30분 넘게 걸려 간신히 발톱정리를 끝냈다.
사방에 튄 발톱조각을 손 청소기로 치우고 나니 등에 땀이 났다.
신문지를 펼쳐놓고 하면 좋은데 요즘은 신문지 구하기도 어렵다.
이게 뭐람…
어느새 이렇게 되었나.
(영화“동경가족” 중)
그리 오래되지 않은 옛날에 아버지가 햇살을 등지고 웅크리고 앉아 발톱을 깎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 하다.
나도 모르는 새에 자꾸 그런 모습과 행동을 따라 하고 있다.
발톱을 깎는다는 것은
한가함이다.
무료함이다.
나는 오늘 적당한 무료함을 느낀다.
화창한 오늘
영감들 발톱 깎기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