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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May 21. 2023

부부의 날

“앙드레 모두아”는 결혼에 대해서 여러 가지 어록을 남겼습니다.

그중 하나가

"행복한 결혼은 죽는 날까지 지루하지 않은 긴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라는 것인데 이게 별로 현실성이 없고 공감하기 어려운 얘기입니다.

경험상 부부간에 얘기를 오래 하다 보면 결국에는 다투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한소리 또 하고, 한소리 또 하고 옛날에 서운했던 얘기 끄집어내고 그러다가 언쟁을 하게 되고...

마누라 하고 지루하지 않은 긴 얘기를 할 레퍼토리가 뭐 그리 있겠습니까?

우리 부부만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연애할 때 실컷 하고, 평생을 같이 지냈는데요.


사실 부부로 함께 오래 살다 보면 입에 발린 얘기는 금방 알게 되고 별 감흥이 없습니다.

마음 씀씀이가, 행동이 더 와닿습니다.


날씨가 좋아 조금 외각으로 나가 점심을 함께 먹고 커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합니다.

"여보 오늘 부부의 날이라던데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해?"

(참 시답지 않고 유치한 질문입니다)

“안 해"

(아주 단호합니다)


"나 정도면 괜찮은 남편 아닌가?"

"맞아. 좋은 사람이야"


"근데 왜?"

“딴 여자에게도 기회를 줘야지"


참 사람 빈정 상하게 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나랑 다시 결혼 안 하겠다는 이유가 기발합니다.

낄낄거리며 하는 말이 어디서 들은 얘기를 써먹은 거랍니다.


쳇! 나도 됐네 됐어...


나는 평생 툴툴거리고 아내는 틱틱거리며 아직까지는 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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